넌 내가 아니라도, 누구와도 괜찮을거다.이런 여자도 저런 여자도 너한텐 다 괜찮을거다. 줄줄 아는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아이딸린 여자도 저렇게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데 난 뭐하고 있는거지. 싶었다.
난 속물이어서 네가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격조라고는 없는 모습이 늘 불만이고, 평생을 같이할 내짝은 아닌것만 같아. 확신이 없다.
단지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만날 자신이 없어서 타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비루하기 짝이 없다.
내가 이런 생각하는걸 알면 참 슬퍼하겠지.

난 이상이 필요하고 목표가 필요하다. 인생을 두고 진행해갈 뭔가가 필요하다. 한달앞만 보고 살아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거다.
그걸 왜 남자에게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루저야. 구제불능의 루저야.
사람과의 인터랙션을 깊이 두려워하는 절름발이야. 변두리만 서성이면서 난 관찰하는게 좋다고 거짓으로 자위하는수밖에 없는.

스스로 비참하다는 생각에서 왜 벗어나기조차 싫어하는걸까. 긍정적인 생각이란 액션을 요구하고 그러면 몸이 귀찮아지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생각에 붙들려 있지 말고 흘려보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흘려보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난 행복하고 싶으면서도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가보다. 이렇게 소모적이고 처량맞은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힘겨이 살아가는게 좋은가보다.

인생의 중반정도 왔는데 이렇게 허무할수가 없다. 뭐라도 내가 원하는걸 가졌는지. 돈이니 남자니 하는 것들은 둘째로 치더라도, 머리에 든것이 있는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하는지 원하는건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줄로만 아는 게으른 종자.

난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과정과 유지에 소모되는 노력이 또한 귀찮다. 거절을 참으로 힘들어하는 절름발이 영혼이라 상처가 두려워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vs. 생산적이며 지랄맞은 영혼들은 내게 자극과 깨달음을 준다. 회사에서 만난 그 아이처럼. 배워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도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따라하는것만으로도 내가 나아질 것이다.

많은 지식과 교양과 혜안을 갖고 싶다. 생을 풍요롭게 해주며 잠시나마 빠져들어 행복할 수 있는 취미들을 갖고 싶다. 피아노라던가 그림이라던가 운동도 좋겠다. 이런거라면 그래도 즐겁게 해나갈 수 있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었을때 어떤 모습이라야 행복할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 허무할 뿐이다. 죽는 날까지 날 끌어갈 동력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매일의 양식, 매일의 연료가 필요한 것인데. 귀찮고 귀찮다. 노력이 귀찮고 힘에 부친다. 내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버티기. 그 뿐이다. 정말 싫으면서도 벗어날 힘을 내기가 싫다. 뭘 위해서?

vs. 난 ‘버티는’ 삶이 싫다. 버티는 것 외의 선택이 있는데도 버티며 때운 나날들 끝엔 끝없는 자기비하와 허무함이 기다린다. 난 생산적이고, 지독히 이기적으로 나 자신을 갈고 닦기 위해 노력했을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냥 이기적이면 못난 거지만 철저히 이기적일땐 자신의 경계를 벗어나 공생을 추구하게 된다. 난 우물에 빠진 돼지같이 살아. 그것이 지독히 싫은데 그러고 있다.

난 힘이 없어. 난 무기력해.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 성공하고 싶지 않아. 자신을 사랑해서 성형수술도 마다않는 사람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난 이뻐보이기도 귀찮고 그렇게 치장에 공들이기도 귀찮고 사람관계에 정성을 쏟기도 싫어.

vs. 그렇게 근본적인 것들은 아니야. 하지만 막상 치장을 곱게 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많이 했잖아. 생에 대한 긴장의 표현이야. 긴장은 사람을 생동감 있게 하지.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행복과 사랑을 느끼는 세포나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양 하루하루 연명해나간다. 당신이 내게 뭘 바쳐도 난 행복하지 않을거다. 내가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면 차라리 행복할듯. 난 참 못되고 수준이 낮아서.. 네가 창피해.. 내 스스로가 창피한 만큼이나.

vs. 그가 떠났을때, 그리고 돌아왔을때 한마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벅찼었는지 기억해? 아직도 몇일 못본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리워지는지. 지금은 항상 곁에 있으니까 지겨워졌을 뿐이야.

지금 당장의 직업에 큰 불만은 없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답이 없다. 다시 뭘 배우려는 의지도 열정도 없고 그렇게 자신을 재교육해서 되고 싶은 뭔가도 없다. 그러면 뭐할건데?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면서도 막상 자신을 갈고닦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을 보면 말도 못할만큼 질투와 부러움이 일어난다.

vs. 아무것도 안하고도 밥먹고 살고 있는데, 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더 노력한다면 해가 될리가 없잖아. 내가 갈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지면 넓어졌지 더 나빠지겠어?

못났어. 나는.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놓지도 잡지도 못하고 화장실 급한 아이마냥 초조해하면서도 내가 안가진 걸 남들이 가진 걸 용납하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야. 부정적이고 염세적이고 매사 허무하기만 하고 직장이라던가 하는 잠시의 변화로 그런것들을 그때그때 잊어버릴 뿐. 내 근본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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